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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숙사


란코(20) 『그럼, 갔다 올게!』

코우메(19) 『란코, 어디 가?』

란코 『응? 오늘 작가님이랑 미팅 잡혀서 나갔다 온다고 했잖아. 모처럼 시작한 일이니까 기뻐해달라고 그랬는데...』

코우메 『미, 미안... 깜빡 잊어버렸어.』

란코 『정말... 노래 가사는 어떻게 외웠던 거야?』

코우메 『「신성한 눈」의 힘으로?』

란코 『!!! 그, 그, 그 시편에 자아낸 것은 과거의 모습, 아니 이게 아니라, 그런 건 졸업했다고 말했잖아! 몇 년째 놀리는 거야, 대체!』

코우메 『프로듀서한테 받은 구마모토 사투리 사전 1권... 여기 있는데...』

란코 『꺄악! 그건 버리라니까! 안 보여, 안 들려! 안 보여, 안 들려! 다녀올게!』

코우메 『자, 약속의 땅으로! (일이다, 일~)』

란코 『안 들려! (다다다다)』



346 프로덕션 신관 회의실


란코 『여기도 오랜만이네... 데뷔했던 때부터는... 벌써 6년이나 됐나...』

카에데(31) 『어머? 란코 양 아니니?』

란코 『아, 카에데 씨!』

카에데 『그래, 분명... 성가신 섬광이네, 였던가? 후훗.』

란코 『성가신 태야...ㅇ...이 아니라... 그런 거 졸업했어요, 이제.』

카에데 『그래? 아쉬워라. 어쩐지 옷도 수수한 옥수수색이더라니.』

란코 『그러니까 그건 잊어주세요. 이제는 아이돌도 아니고...』

카에데 『그래도 재밌었는데... 그런데, 그러면 무슨 일로 온 거니?』

란코 『그림 때문에...』

카에데 『그림...? 회사 출판업 계열사가 사업을 확장한다더니, 그러면 이번에 새로 뽑았다는 삽화가가... 란코 양?』

란코 『헤헤...』

카에데 『축하해. 오늘 일 끝나면 시간 있니?』

란코 『시간은 있는데요...』

카에데 『그러면 오늘 밤엔 축하주라도 사야겠는걸.』

란코 『으윽...』

카에데 『란코 양도 어른이니까, 술 정도는 마실 수 있지?』

란코 『그, 그야 그렇지만...』

란코 『(세기말 가희...!)』

카에데 『그럼 모처럼이니까, 오늘은 카에데 특.제. 신데렐라 칵테일로 대접해줘야겠네?』

란코 『히익...!』

카에데 『...라는 건 농~담! 안심해. 작은 잔에 자근자근 마실 테니까.』

란코 『휴우...』

(덜컥)

후미카(25) 『실례합니... 아, 두 분이서 얘기하시는 데 방해했나요?』

카에데 『어머, 후미카 양! 괜찮아요, 막 나가려던 참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렇다는 건...』

후미카 『네. 이번 책의 편집자를 맡게 된 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란코 『아, 후미카 씨! 잘 부탁드릴게요!』

카에데 『돌고돌아 한 돌솥밥이네. 후훗.』

후미카 『네, 미시로 부사장님이 뜻한 바가 있으신지, 아이돌 출신들로 한 팀을 꾸리셔서...』

카에데 『아이돌 출신으로 한 팀이라면 나머지 한 명은... 작가... 작가... 아하.』

후미카 『카에데 씨도 책에 관심이 있으시면 같이 일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자신 있으신 분야가 있으면 한 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만.』

카에데 『뭐라도 괜찮은가요?』

란코 『(왠지 불안한 기분이...)』

후미카 『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신다고 하니까요.』

카에데 『온천 기행 같은 것도 되나요?』

후미카 『네.』

카에데 『술집 탐방도?』

후미카 『그럼요.』

카에데 『유머집도?』

란코 『그건 제가 반대할 거예요.(단호)』

카에데 『슬퍼라... 그럼 난 먼저 가볼게요.』

후미카 『네. 안녕히...』

카에데 『그럼 란코 양?』

란코 『네?』

카에데 『야.미.노.마. (수고해~)』

란코 『꺄아아아악!



란코 『정말, 카에데 씨도...』

후미카 『한결같으셔서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나저나, 슬슬 작가님이 오실 때가...』

란코 『후미카 씨는 작가님이 누군지 아는 건가요?』

후미카 『네. 란코 씨와도 친하신 분이랍니다.』

란코 『에? 친한 사람 중에 작가는 없... 아, 있다. 한 명.』

후미카 『오신 모양이네요.』

(덜컥)

후미카 『소개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번 프로젝트의 작가님이시랍니다.』

란코 『역시...!』

아스카(20) 『오, 후미카와 란코였나.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다니, 회자정리가 세상의 이치이니 거자필반 또한 다르지 않다는 건가. 이래야 부사장의 취미에 어울릴 마음이 들지.』

란코 『(듣는 내가 부끄러워...!)』

후미카 『어라...? 두 분께는 팀원이 누구인지 연락이 가지 않았었나요?』

란코 『네. 방금 처음 알았어요.』

아스카 『왜 나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얘기는 들었지만, 함께 할 동료에 대한 얘기는 없었어. 하지만 이렇게 너희들의 얼굴을 보니 그 뜻을 알 것 같아. 이런 구성이라면, 거대한 힘의 압력으로부터는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겠어.』

란코 『(부들부들)』

아스카 『음? 왜 그러지, 란코? 아직 진짜 추위와는 마주하기도 전인데, 벌써 추위라도 타는 거야?』

란코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후미카 『추우시다면 이불이라도 가져오는 게... 분명 휴게실에 이불이 있었죠?』

란코 『아뇨, 괜찮아요. 아니, 이불... 필요하긴 한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걷어찰 이불이 필요해요 후미카 씨!!!)』

아스카 『몸이 좋지 않다면 미리 말해주는 게 좋아. 책을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업. 유일신도 6일 만에 세상을 창조하고 하루는 쉬었는데, 그보다 하찮은 존재인 우리가 쉬지 않고 창세를 할 수는 없지. 창조주가 최선의 상황에서 그 힘을 다할 때 비로소 다른 이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법이야. 무리해서 초대의 창조주를 따라하려 할 필요는 없어.』

란코 『(이걸 이해하는 내가 미워!)』

후미카 『네. 아스카 씨 말씀대로 몸이 안 좋을 땐 쉬어주는 게 좋아요. 저희는 일정이 급한 것도 아니니까, 부담 갖지 않고 말씀해주세요.』

란코 『(...후미카 씨도 이해했어?!)』

란코 『저어... 아스카 씨?』

아스카 『왜 그러지?』

란코 『그... 분명, 그런 말투는 그만 두시기로... 지난번에 작가가 되기로 했을 때... 그만 두신다고...』

아스카 『아, 그래. 란코 너는 세상의 요구에 순응하기로 했었지. 나로서는 유감이지만, 그것 또한 너의 선택이라면 존중하겠어.』

란코 『그게 아니라, 분명 그 때 저랑 같이 그만 둔다고 하셨던 걸로...』

아스카 『그래. 잠깐 그렇게 결심했던 때가 있었지. 나의 본심을 숨기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로 말이야. 하지만 그 길은 틀렸었어. 그 길은 나에겐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던 거야.』

란코 『잠깐.』

아스카 『세상이 원하는 대로 따른 나에게 돌아온 건 과거보다 더한 간섭과 압력 뿐이었지. 물론 반역할 생각 따위 없는 하찮은 나였지만, 그냥 따라줄 수 있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어. 이대로는 원래의 나 자신을 잃고 만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가혹한 탄압이었지.』

란코 『어이.』

아스카 『이대로는 니노미야 아스카라는 이름마저 잊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러서야 나는 깨달았던 거야. 이름을 잊기 전에 내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야한다고.』

란코 『센카와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잖아, 그거.』

아스카 『하지만 그것도 틀린 생각이었어. 돌아오고 나서보니, 세상이 나에게 원한 건 거기에 순응하는 게 아니었던 거지. 내가 느끼는 그대로의 목소리를 내는 나, 그런 나를 세상은 기다리고 있었어. 내가 지내던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말이야.』

후미카 『맞아요. 출판사를 찾지 못해 헤매던 아스카 씨를 찾아가 도와주신 것이 부사장님이라고 했었죠.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그 안목에는 저도 감탄했어요.』

란코 『후미카 씨도 아스카 씨 말을 이해해요?』

후미카 『네. 시적인 표현을 많이 쓰셔서, 굉장히 좋아해요.』

란코 『(편집자도 글렀어!)』

아스카 『결국 하찮은 존재의 작은 목소리에, 세상을 울리는 힘이 있었단 이야기일 뿐이야. 아무래도 지금의 세상은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고. 이래봬도 등단 작가야. 나의 목소리로 이 세상과, 그 속의 존재들이 꿈꾸는 환상을 노래한다. 나에게 이만큼 맞는 일도 없지.』

란코 『(휘청)』

아스카 『그러니 함께 잘 해보자고. 열네살 때부터 어른이 되기를 추구했던, 로스트 칠드런끼리 말이야.』

란코 『(털썩)』

후미카 『란코 씨? 란코 씨? 정신 차리세요! 란코 씨!』



그날 저녁, 346 프로덕션 근처 술집


란코 『여기 한 잔 더 주세요!』

카에데 『란코 양, 주량이 많이 늘었네. 신데렐라 칵테일에 취하던 귀여운 때도 있었는데.』

란코 『저, 도저히 맨정신엔 얘기 못할 것 같아요!』

아스카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것만큼 스스로를 시험하는 일도 없지.』

란코 『전 아스카 씨랑 마주하는 게 힘들어서 그러는 건데요!』

아스카 『너와 같은 로스트 칠드런이었던 내 모습에는 네 과거의 편린도 숨어있어. 그런 의미에서는 나와 마주한다는 건 과거의 너와 마주하는 것과도 같지. 그렇지 않아?』

란코 『아아, 진짜! 이불! 이불도 하나 갖다 주세요!』

카에데 『이 두 사람이라면 정말 시적인 서적이 나올 것 같아.』

후미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란코 씨라면 분명, 아스카 씨가 생각한 세상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을 거에요.』

카에데 『그리고 그걸 내가 노래하면 되는 거려나?』

후미카 『세기말 가희와의 콜라보레이션인가요? 그건... 먹힐 것 같네요. 한번 말씀 드려봐야겠어요.』

카에데 『부탁할게요. 세기말 가희의 이름을 걸고 말하는데, 분명히...』

란코 『그-러-니-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새로워질 때 그것을 받아들여야 우리도 전진할 수 있는 것! 왜 빛의 세계로 나오질 못하고 계속 어둠 속을 헤매이는가!(나이를 먹었으면 중2병 털어낼 때도 됐잖아요!)』

아스카 『그걸 빛이라고 정의한 것도 그쪽 세상이지. 그리고 설령 그 세계가 정말 빛의 세계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빛 아래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어. 빛과 희망 속에서 살던 사람이 어둠과 절망으로 떨어질 때도 있는 법이지. 네가 말한 대로 그 세상이 빛이고 내가 있는 세상이 어둠이라면, 나는 어둠 속에 살면서, 빛의 세계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그들의 세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다독여주는 역할을 감내하겠어.』

란코 『아아 정말!!! 여기, 악마의 꿀을 계속 대령하라!』

카에데 『사장님, 아까 마시던 칵테일 하나 더 달래요.』

란코 『동포여! 그대는 왜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가!』

아스카 『시대가 흐르더라도, 빛의 뒤에 어둠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네가 그렇게 말하더라도, 빛의 저 너머로 나아갈 용기가 없는 겁쟁이인 나는, 여기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

란코 『끄으으... (털썩)』

카에데 『분명히 엄청 재미있는 책이 나을 것 같으니까. 후훗.』


끝.

신고

또 다시, 소년은 6살 때의 꿈을 꾼다.


길 건너에 누나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과 같은 푸른빛이 도는 흑발이 아름답게 빛나는 누나. 항상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누나.


누나를 발견한 소년은 반갑게 인사하며, 빨간 신호등을 채 보지 못하고 누나를 부르면서 횡단보도를 달려간다.


이내 소년을 보는 누나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옆에서 들린 시끄러운 경적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소년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다가오는 두 개의 전조등이 보인다.


‘번쩍’하는 빛과 함께, 소년은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곧 거칠게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년의 몸은 소년의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동안 하늘에 머무른다.


―따각.


청아한 신발굽 소리가 소년의 귀에 울린다. 부드럽게 땅 위에 내려진 소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찬란한 후광을 두르고 하얀 날개를 단 회색 머리 여인의 모습이다.


“횡단보도는 조심해서 건너야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소년을 향해 여인은 활짝 웃어보이고, 다시 번쩍 하는 빛과 함께 사라진다.


“유우!!”


그리고 소년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누나의 모습을 끝으로, 꿈은 끝난다.



한편, 신의 명령에 따라 인간계를 관리하는 천사들이 모인 천계에서는 대천사의 고함이 울려퍼졌다.


“천사 세라피아스! 분명 인간의 수명에 간섭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말했을 텐데!”


여기에 지지 않고 천사 세라피아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대천사시여, 개화하지도 못하고 지게 된 꽃을 피우는 것도 정원사된 자의 사명입니다!(그러면 꽃피지도 못하고 죽게 생긴 어린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란 말씀이세요?)”


“인간의 삶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그 수명은 천계의 법도에 따라 정해진 것! 이것을 어기는 것은 곧 신의 뜻을 어기는 것임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제가 기르는 꽃이고, 제가 기르는 양입니다! 저에게 꽃과 양을 맡긴 이상, 그 주인이라고 해도 무의미하게 생명을 해치게 둘 수는 없습니다.(제가 맡은 인간이에요. 설령 천계의 법이라고 해도, 이렇게 죽는 건 인정할 수 없어요.)”


세라피아스의 반발에 대천사가 성난 목소리로 다그쳤다.


“또 그 소리! 너는 진실로 반성이라는 걸 모르는구나! 지난 한 번을 눈감아주었다고 이제는 끝 간 데를 모르고 기어오르는 게냐? 인간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만이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삶이 고통이 될 수도 있음을 어찌 모르느냐!”


“네, 기껏 피어난 꽃이 꺾이고 밟힐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직 피지 않은 꽃이 꺾이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그 뿌리를 잘라버리는 것이 과연 옳습니까?(아직 세상에 나가지도 못한 아이의 생명을 세상에서 고통을 겪을까봐 거둔다고요? 말도 안 돼요.)”


“말은 잘 하는구나. 지난번 키쿠치 신이치는 그 피지 않은 꽃이라서 수명을 늘려주었느냐?”


“그야 다른 꽃을 피우는 사명을 위해서는 그가 필요하니까요!(어린 애 아버지잖아요!)”


대천사가 다시 소리를 지르려다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세라피아스. 네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인간계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들의 생명을 거둬야 할 때가 온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겠지. 너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수명에 관여한 죄로 나에게 혼나는 천사는 한둘이 아니지. 부끄럽게도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고 말이다. 하지만 넌 벌써 세 번째다. 지난번까지는 내 재량으로 손을 써줄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네가 뉘우치지 않는다면 나로서도 천계의 법에 따라 널 벌할 수밖에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잘못을 인정하고 신 앞에 용서를 빌거라. 내 딸처럼 아끼는 너이니, 이번까지는 내가 어떻게든 무마해보마.”


“대천사이시여, 저는 천사로서 제게 주어진 사명을 제 방식대로 다했을 뿐입니다. 제가 잘못을 빌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하지만 아무래도 세라피아스는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대천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썩 내키지는 않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세라피아스가 자꾸 이렇게 나오니 대천사로서도 도리가 없었다.


“천사 세라피아스, 너는 세 번에나 걸쳐 무단으로 인간의 수명에 손을 써 천계의 법을 범하였음에도, 교만하여 그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신의 명령으로 너희가 인간계를 잘 보살필 수 있도록 감독하라는 명을 받은 몸으로서, 나 대천사 플루비아는 너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 이에, 신의 이름으로 너에게 다음과 같은 벌을 내린다.”


세라피아스는 고개를 숙인 채 대천사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어떤 벌을 받을지 대충 감이 잡히는 것 같았다.


“천사 세라피아스는 이제부터 죄인, 타천사임을 선언한다. 세라피아스의 인간계 관리직을 무기한 정지하고 인간계로 추방한다! 네가 그렇게 네가 맡은 인간들을 꽃이니 양이니 하면서 아끼니, 직접 그 인간들의 삶이 어떤지 겪으며 잘못과 교만을 뉘우치거라!”


플루비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라피아스의 몸에서 후광이 사라지고, 방금 전까지 플루비아의 앞에 서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세라피아스는 천계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떨어지면서 날개의 깃털도 하나 하나 뽑혀 나가, 세라피아스의 모습이 인간과 똑같이 변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분명히 벌을 받아 인간계로 떨어지는 것임에도, 세라피아스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절망이나 원망 같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벌을 내린 플루비아가 고맙기까지 했다. 천사로서 바라보기만 하던 인간계, 그 모습을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 인간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천사의 자리에서 보면 못 볼 꼴도 많이 보였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모습도 많이 보였다. 그것을 인간의 입장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제 인간이 된 세라피아스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자신이 맡은 인간들의 앞날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플루비아가 인간들을 아무렇게나 방치할 대천사도 아니기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구해와서 수명을 길게 늘려놓은 아이를 빼면 다들 수명이 짧지 않게 남아있기도 했고.


‘천계의 법을 범하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는 플루비아 대천사님이니, 이미 다시 쓰여진 수명에 다시 손을 대지는 않겠지.’


다만 문제는 인간계에서 자신의 신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 당장 인간에게 ‘당신은 누구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곧장 할 수 있는 대답이 세라피아스에게는 없었다.


‘네 신분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거라. 내게 대천사로서 허용된 만큼은 손을 써 둘 것이니. 네가 맡은 인간들이 있는 땅에서 쓸 이름도 정해 놓았다.’


꼭 세라피아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플루비아가 세라피아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보냈다.


‘벌을 받아 인간계에 떨어졌다고는 하나, 너는 신의 세계에서 온 자요, 천계에서 쓰던 이름 세라피아스(serápĭas)는 난초를 뜻하니...’


인간계에 다다르기 직전, 앞으로 인간으로서의 세라피아스를 뜻할 그 말, 플루비아가 말해준 이름은 세라피아스의 머리에 똑똑히 남았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칸자키 란코(神崎蘭子)가 되리라.”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세라피아스의 몸이 울창한 녹나무 위로 내던져졌다. 나무에 앉아있던 종달새들이 놀라서 짹짹거리며 날아올랐다. 인간이라면 애저녁에 죽었을 정도의 높이에서 내던져지긴 했지만, 그래도 천사였던 몸이라고 상처가 나진 않은 것 같았다.


“읏차.”


몸을 추스르고 땅에 발을 디딘 세라피아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쪽 하늘에서 내리쬔 햇빛이 녹나무의 그늘을 뚫고 세라피아스의 눈을 때렸다.


“성가신 태양이네.”


천사 세라피아스가 타천사 칸자키 란코가 되어 일본 구마모토 현에 내려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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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결과와 러브 라이카

2015.11.09 01:29 | Posted by YS하늘나래

"설문 결과와 러브 라이카"

by ぼこち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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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주소 : https://twitter.com/Bococho/status/659742887941267456

이 웹코믹은 ぼこちょ님의 동의 하에 게시되었습니다. 퍼갈 시 원작 주소를 반드시 표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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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문은 受 였는데, '수'라고 써놓으니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서 단어 선택을 바꿨습니다.

그 와중에 이해 못하는 순진한 란코는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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