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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스테 커뮤 22화 「Out of the Page」

2016. 2. 27. 13:43 | Posted by YS하늘나래

Out of the Page


하천 둔치


후미카 『...저... 사기사와 후미카입니다.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아카네 『후미카 쨩! 안녕하세요! 힘내서 체력을 기르도록 하죠! 지옥의 특훈, 이름하여 아카네의 특훈에 어서 오세요!』

후미카 『아... 네.』

아카네 『기운이 없어요-! 우선 인사부터, 안녕하세요-!』

후미카 『...안녕하세요.』

아카네 『배에 힘 주고~ 안녕하세요-!』

후미카 『아, 안녕하세요...』

아카네 『응! 열심히 하셨네요. 그럼, 석양을 향해 대쉬에요!!』

후미카 『...에... 갑자기, 인가요. 오늘의 특훈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건가요? 그리고 지금은 한낮이에요.』

아카네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고! 신경 쓰지 말고! 일찍이 최강의 스타는 말했습니다! 생각하지 말고, 느끼라고!』

후미카 『...과연. 반지성주의(反知性主意) 같은 건가요.』

* 반지성주의(反知性主意) : 지성, 지식인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불신. 주로 교육, 철학, 문학, 예술, 과학 등이 쓸데없고 경멸스럽다는 조롱의 형태로 나타남.

아카네 『글쎄... 반지... 잘 모르겠네요!』

후미카 『...?』

아카네 『...?』

아카네 『우선, 달리죠~! 자, 갑니다~!』


후미카 『...하아, 하아. 이, 이제... 못 달리겠는데요, 아카네 씨...?』

아카네 『응! 열심히 하셨네요! 확실히 후미카 쨩은 체력이 없지만, 트레이닝은 매일 매일 쌓아가는 거예요!』

아카네 『매일 목표를 의식해 조금씩 나아가는 게 중요한 거에요!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다, 였던가? 그런 거에요!』

후미카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가요. 비유하자면 고서를 읽을 때와 같은... 작은 전진이라도, 괜찮은 거로군요.』

아카네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겁니다!』

후미카 『아, 네... 하지만 전 이제, 서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카네 『그럼, 휴식 할까요! 전력으로 쉬어주세요! 자, 스트레칭이에요!!』


휴게소


미나미 『후미카 씨, 수고했어. 아카네 쨩의 특훈, 힘들었던 것 같네.』

후미카 『...미나미 씨,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정도로 가혹한 레슨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미나미 『오늘은 트레이닝이랑 레슨 다 끝난 거야?』

후미카 『...그렇네요. 라이브까지의 체력 훈련은 계획적으로 하라고 프로듀서 씨가 그러셨어요.』

아리스 『그럼...』

미나미 『다 같이 카페라도 갈래?』

후미카 『...권유, 감사합니다. 두 분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모쪼록...』


카페


후미카 『...카페 같은 곳은 그다지 이용하지 않으니까, 여러분을 따르기로 할게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씀도 있으니까요.』

미나미 『후미카 씨, 진정이 안 돼? 회사 안 카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미카 『...아니요, 괜찮아요. 저는 어디에 가도 진정이 안 되는 인간인걸요. 사람의 눈을 피하며 살아온, 책벌레니까요.』

미나미 『그래? 평소에 대학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아리스 『궁금해요. ...아, 물론 장래의 진학에 참고하기 위해서에요.』

후미카 『...어떻게...라고 말씀하셔도... 강의를 듣고,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시시한 일상이에요.』

미나미 『뭐, 그렇겠지. 그, 과외나 동아리는? 아르바이트...는, 이제 아이돌이니까 그만뒀으려나?』

아리스 『학생의 본분은 학업이에요. 들떠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학비와 인생을 낭비하는 거예요.』

아리스 『그 점에서, 후미카 씨는 다르니까요!』

후미카 『...일반적으로는, 아이돌인 시점에서 충분히 들떠있다고 평가받는 것 같은데요.』

아리스 『에, 엣... 그런가요.』

미나미 『그러니까말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지. 그럼 후미카 씨, 고민 같은 거 있어?』

후미카 『고민...인가요?』

후미카 『…. ……. ……….』

아리스 『없으신가요?』

후미카 『...지식은 있어도, 경험한 적은 없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고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후미카 『...지도를 본 적은 있어도, 걸어본 적 없는 곳에선 길을 잃게 되는 법이겠죠. 막연하고 평범한 고민이에요.』

아리스 『길을 알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요? 요즘은 GPS로 위치정보를 알 수 있는 시대에요. 타블렛 단말로 맵을 열면 돼요. 간단해요.』

미나미 『이건 비유...예를 든 거야, 아리스 쨩. 정말로 길을 잃었다는 게 아니야.』

아리스 『그런가요? 으응... 잘 모르겠어요.』

미나미 『후훗. 후미카 씨, 좀 더 다양한 일을 해보는 건 어때? 예를 들면... 스포츠를 해본다든지.』

후미카 『...스포츠, 인가요. 부끄러운 일이지만, 운동신경이라는 게 절망적인 수준이라서요, 저는. 댄스 레슨으로 아시다시피.』

아리스 『요리는 어떠신가요? 해보면 즐거워요.』

후미카 『...요리, 인가요. 먹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요. 맛의 차이는 알지만, 어떤 걸 먹어도 똑같이 행복하게 느끼니까요.』

아리스 『딸기 파르페, 맛있어요.』

후미카 『...그건, 다행이네요. 아리스 쨩이 기뻐보여서, 저도 기뻐요.』

아리스 『헤헤헤...』

미나미 『후훗. 그럼, 패션(fashion)에 흥미를 가져본다든지 하는 건, 어때?』

후미카 『...그것도, 흥미가, 그다지. 유행의 흐름을 쫓는 건, 필시 서투를 거라고 생각해요.』

아리스 『후미카 씨도 미나미 씨도, 스타일이 좋으니까 어울리는 옷이 많을 것 같아요.』

후미카 『아리스 쨩도, 크면...』

아리스 『벼, 별로 전... 상관없지만요...』

후미카 『그런, 가요?』

아리스 『하지만... 저는, 나중에 두 분 같이 지적인 미인이 되고 싶어요. 이름 같은 걸로 귀여운 취급을 받지 않는, 자립한 어른 여성이 되고 싶어요.』

후미카 『...지적인가요, 제가?』

미나미 『그런 것 같네. 후훗.』

후미카 『...아리스 쨩, 시간이라는 건 똑같이 흘러가는 거에요. 제가 12살 때 하지 못했던 경험을, 당신은 하고 있어요. 게다가, 전 동경까지 하고 있어요.』

아리스 『에...?』

후미카 『순수한, 꾸밈없는 말로 생각한 것을 말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에요. 그 순수함은, 그늘에서 책을 읽을 뿐인 저는 갖출 수 없었으니까요.』

아리스 『그런...가요? 그러려나...』

미나미 『그럼, 벌써 늦은 시간이 됐네. 아리스 쨩도, 슬슬 돌아가야겠지?』

아리스 『어, 어린애 취급 하지 않으셔도... 통금 가은 거, 부모님도 신경 쓰지 않으시고요. 딱히...』

후미카 『...또 이야기 하죠. 역까지 배웅해드릴 테니.』

아리스 『네...』


후미카 『...왠지, 두렵기도 해요. 제가, 얼마나 굳어진 가치관으로 사물을 보고 있는 건지.』

미나미 『그렇네. 아리스 쨩처럼 순수하게 살고 싶지?』


수 분 후


카나데 『어라? 후미카랑 미나미잖아. 수고했어. 무슨 일 있어? 이런 곳에서 이야기 하고 있고.』

후미카 『...카나데 씨. 수고 많으셨어요. 아리스 쨩을 역까지 배웅해주고 오는 길이었어요.』

카나데 『그래? 과연. 두 사람이 데이트라도 하고 있는 건가 생각했어.』

미나미 『데, 데이트라니!』

후미카 『...미지의 영역, 이네요.』

카나데 『후훗. 재미있는 반응이네. 아이돌 동료끼리 사이좋게 지내도, 아무도 뭐라 그렇지 않잖아? 파트너라면 더욱 그렇지만... 후훗, 미안. 농담이 지나쳤어.』

후미카 『...카나데 씨는, 제 상상이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말을 던지시네요. 어째서, 그렇게 지유롭게 살 수 있는 건가요?』

카나데 『자유? 후훗.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 일까나?』

카나데 『“삶은 짧으니, 사랑하라 소녀여”. 하지만, 아이돌이 사랑할 수 없다면? “삶은 짧으니, 즐겨라 아이돌”, 이라는 느낌? 』

후미카 『...즐긴다, 인가요,』

미나미 『그렇네... 어디 놀러 갈래? 카나데 씨라면 좋은 곳을 알 것 같고. 평소에 하지 않는 걸 해서, 견식을 넓혀보자♪』

카나데 『이래봬도 고등학생인데... 그렇게 이상한 곳은 안 데려가.』

후미카 『...부탁드립니다.』


오락실


후미카 『...이런 곳에, 발을 들여 본 적은 없었어요. 비유하자면 마굴, 혹은 미답의 땅.』

카나데 『첫 경험, 이네♪』

미나미 『후미카 씨, 어느 거 해볼래?』

카나데 『레이싱 게임, 리듬 게임, 인형 뽑기, 태고 치는 것도 있어♪』

후미카 『...어느 쪽이라도, 절 시험하기 위해 놓여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후미카 『...갑자기 전부 해보는 건,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팔이 안 올라가요.』

카나데 『아하하, 너무 달렸나? 즐거웠어?』

후미카 『...놀이라는 것은, 예로부터 어떤 학습 공정을 본뜬 행동이라고 해요. 캐치볼은 투석을 통한 사냥을 본뜬 것인 것처럼요.』

카나데 『뭐어, 일리있는 말이지만... 그래서, 수 시간 동안 오락실에서 후미카는 뭘 배웠을까?』

후미카 『...게임의 사회적 의의와, 자본주의를.』

미나미 『인형 뽑기, 꽤 열심히 했는데 못 뽑았지...』

카나데 『그건 또... 고상하네.』


라이브 당일


아카네 『후미카 씨!! 오늘의 라이브 스테이지, 전력으로 불태우죠! 응원할게요!』

아리스 『후미카 씨. 오늘은 침착하게, 긴장되더라도 냉정하게 대처해주세요. 응원할 테니까요.』

후미카 『...저, 감사합니다. 모두 귀중한 의견이니, 참고로 하겠습니다.』

미나미 『후훗. 마음 단단히 먹고, 자연스럽게 가자.』

카나데 『할 일을 할 뿐이야. 분명.』

후미카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라이브 : Bright Blue)


라이브 후


미나미 『수고했어. 후미카 씨, 멋진 스테이지였어!』

후미카 『수고하셨습니다. 칭찬을 받아서, 기뻐요.』

카나데 『꽤 좋은 표정을 하고 있던데, 무슨 생각을 하면서 노래한 거야?』

후미카 『무대에 올려주신 수많은 스태프, 프로듀서 씨, 그리고, 버팀목이 되어준 여러분. 또... 푸르른, 하늘을.』


(여기서 후미카는 青~푸를 청~을 쓰는 青い가 아닌 碧~푸를 벽~을 쓰는 碧い를 씁니다. 일반적으로 쓰는 青い, 아이올라이트 블루의 蒼い, Bright Blue의 碧い 모두 발음은 ‘あおい(아오이)’로 똑같습니다. 일본쪽 분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碧い’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이라고 하는 걸로 미루어, 후미카가 책벌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어감을 달리 하기 위해 ‘푸르른’으로 번역했습니다.)


후미카 『특훈을 끝내고... 초원에 누워 스트레칭을 했었어요. 그 때 봤던, 빠질 것 같은 푸르른 하늘...』



후미카 『공연장에서 빛나던 사인 라이트의 색은, 그 때 봤던 하늘의 색이었어요. 빛나는 푸른 색, Bright Blue.』

후미카 『...그런 걸 생각하면서, 노래했어요.』

미나미 『응, 아름다운 경치였네. 그 마음, 팬들에게도 전해졌을 거야.』

아리스 『...저기, 오래 기다리셨죠? 프로듀서 씨가 차를 준비하셨대요. 아카네 씨는 이미 가셨어요.』

미나미 『그럼, 돌아갈까? 자.』

아리스 『...그런데, 요전에 여러분께서 같이 어딘가에 가셨다고 들었는데요.』

카나데 『아아, 오락실?』

후미카 『...그렇습니다. 이야기가 흐르다 보니, 그렇게...』

아리스 『그런가요. 저는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 괜찮지만요.』

카나데 『다음 번 휴가를 맞추면 되잖아.』

후미카 『...네. 그 때까지의 대신이라고 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거, 받아주세요. 딸기 무늬 스트랩이에요.』

아리스 『이건...? 저한테 주시는 거에요?』

미나미 『어, 인형 뽑기에서 보고 도전했다가 못 뽑았던 그거지?』

후미카 『...그, 이야기 하려면 길어집니다만, 그...』

카나데 『다 같이 갔던 날에는 뽑지 못했지만, 그 뒤에 뽑을 때까지 매일 만났었어. 손에 넣을 때까지 몇 번이나 플레이 했는지. 완고하더라고, 의외로.』

아리스 『그런... 괜찮아요?』

후미카 『...네. 손에 넣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었으니까요. 손에 넣은 물건은, 기뻐해줄 사람의 손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카나데 『인형 뽑기에 이번 달 책값이 사라진 거지.』

미나미 『그만큼이나?! 그거 꽤 엄청난 액수 아니야?』

후미카 『...괜찮습니다. “책과의 만남은 인생을 바꾼다”, 라는 명언이 있어요.』

후미카 『제게 있어서는, 프로듀서 씨나 팬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과의 만남이, 인생을 바꿔주는 것이니까... 소중히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후미카 『그래서, 여러분 중에서, 이게 가장 어울리는 건 아리스 쨩이니까... 받아주세요.』

아리스 『네!』

미나미 『후후. 자, 그럼 이제 갈까? 프로듀서 씨도 아카네 쨩도 기다릴 테고!』

카나데 『후미카, 아카네한테도 제대로 사례해. 카레를 쏘는 정도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후미카 『카레, 인가요...? 저, 카레집에 가본 적이 없어서...』

아리스․미나미․카나데 『에엣?!』


==========


후미아리는 정의입니다.


오늘의 명언


『학생의 본분은 학업이에요. 들떠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학비와 인생을 낭비하는 거예요.』

-타치바나 아리스(12세, 아이돌)


대학 기숙사


란코(20) 『그럼, 갔다 올게!』

코우메(19) 『란코, 어디 가?』

란코 『응? 오늘 작가님이랑 미팅 잡혀서 나갔다 온다고 했잖아. 모처럼 시작한 일이니까 기뻐해달라고 그랬는데...』

코우메 『미, 미안... 깜빡 잊어버렸어.』

란코 『정말... 노래 가사는 어떻게 외웠던 거야?』

코우메 『「신성한 눈」의 힘으로?』

란코 『!!! 그, 그, 그 시편에 자아낸 것은 과거의 모습, 아니 이게 아니라, 그런 건 졸업했다고 말했잖아! 몇 년째 놀리는 거야, 대체!』

코우메 『프로듀서한테 받은 구마모토 사투리 사전 1권... 여기 있는데...』

란코 『꺄악! 그건 버리라니까! 안 보여, 안 들려! 안 보여, 안 들려! 다녀올게!』

코우메 『자, 약속의 땅으로! (일이다, 일~)』

란코 『안 들려! (다다다다)』



346 프로덕션 신관 회의실


란코 『여기도 오랜만이네... 데뷔했던 때부터는... 벌써 6년이나 됐나...』

카에데(31) 『어머? 란코 양 아니니?』

란코 『아, 카에데 씨!』

카에데 『그래, 분명... 성가신 섬광이네, 였던가? 후훗.』

란코 『성가신 태야...ㅇ...이 아니라... 그런 거 졸업했어요, 이제.』

카에데 『그래? 아쉬워라. 어쩐지 옷도 수수한 옥수수색이더라니.』

란코 『그러니까 그건 잊어주세요. 이제는 아이돌도 아니고...』

카에데 『그래도 재밌었는데... 그런데, 그러면 무슨 일로 온 거니?』

란코 『그림 때문에...』

카에데 『그림...? 회사 출판업 계열사가 사업을 확장한다더니, 그러면 이번에 새로 뽑았다는 삽화가가... 란코 양?』

란코 『헤헤...』

카에데 『축하해. 오늘 일 끝나면 시간 있니?』

란코 『시간은 있는데요...』

카에데 『그러면 오늘 밤엔 축하주라도 사야겠는걸.』

란코 『으윽...』

카에데 『란코 양도 어른이니까, 술 정도는 마실 수 있지?』

란코 『그, 그야 그렇지만...』

란코 『(세기말 가희...!)』

카에데 『그럼 모처럼이니까, 오늘은 카에데 특.제. 신데렐라 칵테일로 대접해줘야겠네?』

란코 『히익...!』

카에데 『...라는 건 농~담! 안심해. 작은 잔에 자근자근 마실 테니까.』

란코 『휴우...』

(덜컥)

후미카(25) 『실례합니... 아, 두 분이서 얘기하시는 데 방해했나요?』

카에데 『어머, 후미카 양! 괜찮아요, 막 나가려던 참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렇다는 건...』

후미카 『네. 이번 책의 편집자를 맡게 된 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란코 『아, 후미카 씨! 잘 부탁드릴게요!』

카에데 『돌고돌아 한 돌솥밥이네. 후훗.』

후미카 『네, 미시로 부사장님이 뜻한 바가 있으신지, 아이돌 출신들로 한 팀을 꾸리셔서...』

카에데 『아이돌 출신으로 한 팀이라면 나머지 한 명은... 작가... 작가... 아하.』

후미카 『카에데 씨도 책에 관심이 있으시면 같이 일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자신 있으신 분야가 있으면 한 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만.』

카에데 『뭐라도 괜찮은가요?』

란코 『(왠지 불안한 기분이...)』

후미카 『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신다고 하니까요.』

카에데 『온천 기행 같은 것도 되나요?』

후미카 『네.』

카에데 『술집 탐방도?』

후미카 『그럼요.』

카에데 『유머집도?』

란코 『그건 제가 반대할 거예요.(단호)』

카에데 『슬퍼라... 그럼 난 먼저 가볼게요.』

후미카 『네. 안녕히...』

카에데 『그럼 란코 양?』

란코 『네?』

카에데 『야.미.노.마. (수고해~)』

란코 『꺄아아아악!



란코 『정말, 카에데 씨도...』

후미카 『한결같으셔서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나저나, 슬슬 작가님이 오실 때가...』

란코 『후미카 씨는 작가님이 누군지 아는 건가요?』

후미카 『네. 란코 씨와도 친하신 분이랍니다.』

란코 『에? 친한 사람 중에 작가는 없... 아, 있다. 한 명.』

후미카 『오신 모양이네요.』

(덜컥)

후미카 『소개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번 프로젝트의 작가님이시랍니다.』

란코 『역시...!』

아스카(20) 『오, 후미카와 란코였나.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다니, 회자정리가 세상의 이치이니 거자필반 또한 다르지 않다는 건가. 이래야 부사장의 취미에 어울릴 마음이 들지.』

란코 『(듣는 내가 부끄러워...!)』

후미카 『어라...? 두 분께는 팀원이 누구인지 연락이 가지 않았었나요?』

란코 『네. 방금 처음 알았어요.』

아스카 『왜 나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얘기는 들었지만, 함께 할 동료에 대한 얘기는 없었어. 하지만 이렇게 너희들의 얼굴을 보니 그 뜻을 알 것 같아. 이런 구성이라면, 거대한 힘의 압력으로부터는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겠어.』

란코 『(부들부들)』

아스카 『음? 왜 그러지, 란코? 아직 진짜 추위와는 마주하기도 전인데, 벌써 추위라도 타는 거야?』

란코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후미카 『추우시다면 이불이라도 가져오는 게... 분명 휴게실에 이불이 있었죠?』

란코 『아뇨, 괜찮아요. 아니, 이불... 필요하긴 한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걷어찰 이불이 필요해요 후미카 씨!!!)』

아스카 『몸이 좋지 않다면 미리 말해주는 게 좋아. 책을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업. 유일신도 6일 만에 세상을 창조하고 하루는 쉬었는데, 그보다 하찮은 존재인 우리가 쉬지 않고 창세를 할 수는 없지. 창조주가 최선의 상황에서 그 힘을 다할 때 비로소 다른 이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법이야. 무리해서 초대의 창조주를 따라하려 할 필요는 없어.』

란코 『(이걸 이해하는 내가 미워!)』

후미카 『네. 아스카 씨 말씀대로 몸이 안 좋을 땐 쉬어주는 게 좋아요. 저희는 일정이 급한 것도 아니니까, 부담 갖지 않고 말씀해주세요.』

란코 『(...후미카 씨도 이해했어?!)』

란코 『저어... 아스카 씨?』

아스카 『왜 그러지?』

란코 『그... 분명, 그런 말투는 그만 두시기로... 지난번에 작가가 되기로 했을 때... 그만 두신다고...』

아스카 『아, 그래. 란코 너는 세상의 요구에 순응하기로 했었지. 나로서는 유감이지만, 그것 또한 너의 선택이라면 존중하겠어.』

란코 『그게 아니라, 분명 그 때 저랑 같이 그만 둔다고 하셨던 걸로...』

아스카 『그래. 잠깐 그렇게 결심했던 때가 있었지. 나의 본심을 숨기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로 말이야. 하지만 그 길은 틀렸었어. 그 길은 나에겐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던 거야.』

란코 『잠깐.』

아스카 『세상이 원하는 대로 따른 나에게 돌아온 건 과거보다 더한 간섭과 압력 뿐이었지. 물론 반역할 생각 따위 없는 하찮은 나였지만, 그냥 따라줄 수 있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어. 이대로는 원래의 나 자신을 잃고 만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가혹한 탄압이었지.』

란코 『어이.』

아스카 『이대로는 니노미야 아스카라는 이름마저 잊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러서야 나는 깨달았던 거야. 이름을 잊기 전에 내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야한다고.』

란코 『센카와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잖아, 그거.』

아스카 『하지만 그것도 틀린 생각이었어. 돌아오고 나서보니, 세상이 나에게 원한 건 거기에 순응하는 게 아니었던 거지. 내가 느끼는 그대로의 목소리를 내는 나, 그런 나를 세상은 기다리고 있었어. 내가 지내던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말이야.』

후미카 『맞아요. 출판사를 찾지 못해 헤매던 아스카 씨를 찾아가 도와주신 것이 부사장님이라고 했었죠.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그 안목에는 저도 감탄했어요.』

란코 『후미카 씨도 아스카 씨 말을 이해해요?』

후미카 『네. 시적인 표현을 많이 쓰셔서, 굉장히 좋아해요.』

란코 『(편집자도 글렀어!)』

아스카 『결국 하찮은 존재의 작은 목소리에, 세상을 울리는 힘이 있었단 이야기일 뿐이야. 아무래도 지금의 세상은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고. 이래봬도 등단 작가야. 나의 목소리로 이 세상과, 그 속의 존재들이 꿈꾸는 환상을 노래한다. 나에게 이만큼 맞는 일도 없지.』

란코 『(휘청)』

아스카 『그러니 함께 잘 해보자고. 열네살 때부터 어른이 되기를 추구했던, 로스트 칠드런끼리 말이야.』

란코 『(털썩)』

후미카 『란코 씨? 란코 씨? 정신 차리세요! 란코 씨!』



그날 저녁, 346 프로덕션 근처 술집


란코 『여기 한 잔 더 주세요!』

카에데 『란코 양, 주량이 많이 늘었네. 신데렐라 칵테일에 취하던 귀여운 때도 있었는데.』

란코 『저, 도저히 맨정신엔 얘기 못할 것 같아요!』

아스카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것만큼 스스로를 시험하는 일도 없지.』

란코 『전 아스카 씨랑 마주하는 게 힘들어서 그러는 건데요!』

아스카 『너와 같은 로스트 칠드런이었던 내 모습에는 네 과거의 편린도 숨어있어. 그런 의미에서는 나와 마주한다는 건 과거의 너와 마주하는 것과도 같지. 그렇지 않아?』

란코 『아아, 진짜! 이불! 이불도 하나 갖다 주세요!』

카에데 『이 두 사람이라면 정말 시적인 서적이 나올 것 같아.』

후미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란코 씨라면 분명, 아스카 씨가 생각한 세상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을 거에요.』

카에데 『그리고 그걸 내가 노래하면 되는 거려나?』

후미카 『세기말 가희와의 콜라보레이션인가요? 그건... 먹힐 것 같네요. 한번 말씀 드려봐야겠어요.』

카에데 『부탁할게요. 세기말 가희의 이름을 걸고 말하는데, 분명히...』

란코 『그-러-니-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새로워질 때 그것을 받아들여야 우리도 전진할 수 있는 것! 왜 빛의 세계로 나오질 못하고 계속 어둠 속을 헤매이는가!(나이를 먹었으면 중2병 털어낼 때도 됐잖아요!)』

아스카 『그걸 빛이라고 정의한 것도 그쪽 세상이지. 그리고 설령 그 세계가 정말 빛의 세계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빛 아래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어. 빛과 희망 속에서 살던 사람이 어둠과 절망으로 떨어질 때도 있는 법이지. 네가 말한 대로 그 세상이 빛이고 내가 있는 세상이 어둠이라면, 나는 어둠 속에 살면서, 빛의 세계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그들의 세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다독여주는 역할을 감내하겠어.』

란코 『아아 정말!!! 여기, 악마의 꿀을 계속 대령하라!』

카에데 『사장님, 아까 마시던 칵테일 하나 더 달래요.』

란코 『동포여! 그대는 왜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가!』

아스카 『시대가 흐르더라도, 빛의 뒤에 어둠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네가 그렇게 말하더라도, 빛의 저 너머로 나아갈 용기가 없는 겁쟁이인 나는, 여기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

란코 『끄으으... (털썩)』

카에데 『분명히 엄청 재미있는 책이 나을 것 같으니까. 후훗.』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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