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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세상은 나를 그렇게 부른다.


그래. ‘병(病)’이다. 생물체의 전신이나 일부분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상. 즉, 일반적인 상태가 아니라고 취급하는 것이다. …뭐, 나를 보면 ‘아파온다’라고들 하니, 그런 의미에서는 병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있어 난 ‘다른’ 사람이라기보다도 ‘틀린’ 사람으로 취급된다고 보는 게 타당할 터다. 그런 취급을 받아온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오히려 나를 그런 시선으로 응시하지 않는 사람이 더 생소하다. 그러니 이젠 중2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를 비웃거나 조롱하는 것에 새삼스럽게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그런 것에 일일이 상처받아서야, 살아갈 수 없다.


그들이 날 조롱할 때 흔히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나의 어투, 나의 표현법이다. 그들에게는 괜한 잘난 체나 허세 정도, 말하자면 ‘안다니’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들이 편하게 쓰는 용어로 대화하지 않으니 틀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겠지.


유감스럽게도 이건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어릴 때 읽었던 책들의 탓…아니, 탓이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덕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책들 때문이다. 들은 바로는, 집에 있는 이런저런 동화책을 전부 읽어버린 내가 그 다음에 손에 잡은 게 조부의 서재에 꽂힌 책들이었다고 한다. 어려운 한자가 가득한 책들이 아동에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한 문장은커녕 한 어절 넘어갈 때마다 사전을 찾아봐야 하는 그런 책들이. 그런데 나는 거기에서 재미를 느꼈던 모양이다. 옥편까지 가져다 놓고 모르는 단어에 쓰인 한자의 획수를 일일이 계산해 읽는 법을 찾은 뒤, 거기에 맞춰서 국어사전을 뒤졌다나. 책을 읽는 그 자체보다도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에 흥미가 있는 것처럼 보였단다. 그 때 읽었던 문장들이 무의식 속에 남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던 무렵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나, 니노미야 아스카의 자의식.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흥미를 가졌다면 후미카 씨…사기사와 후미카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부터 나 같은 부류에게 중2병 따위의 틀을 씌우기 시작한 걸까.


표현법이 남다르거나 타인보다 더 감성적인 사람은 드물지 않게 보인다. 그리고 종종 그 표현이 있는 그대로 마음 밖으로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런 사람에게는 곧잘 이런 수식어가 붙는다.


중2병. 아니면 허세.


뭐, 그래. 사춘기의 감수성을 서투른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게 웃기게 보일 수는 있겠다. 그러니 거기에 대해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면서 틀리다고 치부해버리는 것이겠지.


그런데 대학생인 후미카 씨에게 듣기로는 이런 일이 사춘기 학생들을 상대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조금이라도 감성적인 표현을 밖으로 드러내면 중2병이나 허세 따위의 꼬리표가 붙는 일이, 어른의 세상에서도 자주 있는 모양이다.


세상이, 감성을 잃은 것일까.


정확한 인과관계는 모르겠다. 세상이 감성을 잃어서 감성에 중2병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된 것인가, 아니면 감성에 중2병이라는 꼬리표가 달렸기 때문에 세상이 감성을 잃은 것인가. 어느 쪽이든, 세상에서 감성이 메마르게 된 것이 이런 꼬리표와 관련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모순적이게도 그러면서 그들은 감성에 열광한다. 감성을 어루만지는 소설, 드라마,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명작이라고 칭송한다. 세상을 다른 시선에서 보는 것들 또한 그렇게 추켜세워진다. 그것들이 후세에 남을 만한 작품이라는 것에 이견을 제시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들은 알까. 그들이 꼬리표를 붙이면서 짓밟아버린 그 감성의 새싹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런 소리를 밖으로 내뱉으면, 또 누군가 그러겠지. 중2병이 허세 부린다고. 안 봐도 눈앞에 선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넋두리를 하고 있어도, 기실 나 같은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다. 적어도 사무소 사람들은 나를 비웃거나 조롱하지는 않으니까. 전무나 프로듀서가 속으로는 나를 비웃고 있으면서 그게 아이돌로서의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 같으니 다물고 있을 뿐이라 해도, 그런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적잖은 위안이다. 하지만 지금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중2병이라는 딱지가 붙여지고 있을지, 또 그 딱지가 붙여지는 것을 피해 자신을 숨기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린다.


중언부언이 되었나. 뭐 어떤가. 일기라는 게 이렇게 속을 털어놓으라고 있는 것이지. 그래도 아이돌인데 악의적인 덧글을 보고 기분이 처질 수도 있는 것이고. 아까 내가 그런 것에 새삼 상처받지는 않는다고 했었나? 어차피 일기이니 정정해두지. 상처받았다. 누구에게라도 이 기분을 털어놓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이렇게 홀로 고찰을 하는 것 뿐.


내친 김에 편지처럼도 써볼까.


프로듀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난 이렇게 말했었지. 너는 방금 ‘이 녀석은 아파오는 애로구나’라고 생각했을 거라고.


과연 너는 지금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내가 처음에 했던 생각 그대로 ‘아파오는 애’, 그리고 허세에 찌든 안다니 중2병? 잠깐 아픈 것뿐인 만 14세 사춘기 소녀? 잘 팔릴만한 아이돌? 감수성 풍부한 한 명의 사람? 이왕이면 인간 니노미야 아스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쪽이라면 좋겠는데.


네가 날 뭐라고 생각하건, 너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어. 굉장한 일이야.


…역시 못하겠군. 세상에 비웃음 당하는 건 익숙하지만, 이렇게 써놓은 글을 프로듀서에게 들키는 건 별개의 이야기다. 혹시나 그 때를 대비해서 잘 드는 자살용 독이라도 준비해두는 것이 낫겠다. 시키라면 어렵지 않게 준비해주겠지.


이쯤 해둘까. 내일부터는 발렌타인 데이 이벤트 대비 연습으로 바빠질 테니, 일기를 쓰다가 밤을 샌다던가 하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니.


그럼 마지막으로, 새삼스럽지만 이것만 분명히 해두자.


세상이 뭐라고 비웃어도, 나는 아스카. 니노미야 아스카.


세상이 중2병이라고 꼬리표를 달고 비웃어도 좋다. 그게 나라면, 애써 그들에게 맞춰줄 필요는 없다.


다가올 이벤트에서 보여주자.


그들이 비웃더라도 나 니노미야 아스카는 내 자리에 나로서 서있음을.


나의, 존재증명을.


==========


최애로 연성하면 최애 쓰알이 더 잘 나온다면서요? (카에데 씨 2차 때 연성 안 해서 폭사한 1인)


악플을 보고 상처받은 아스카, 라는 느낌으로 써봤습니다. 기분이 처지면 일기에 이런저런 넋두리를 늘어놓고는 했었죠. 요즘은 SNS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그것 때문에 이런저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아이돌쯤 되면 회사에서 그걸 두고 보지도 않을 테고 아스카는 그런 걸 티내지도 않을테니 이렇게 일기를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아스카는 어떤 아스카인가요?

([정령의 화원]에 들어왔다.)



(수많은 들꽃이 핀 가운데에 가지런히 양손을 모은 소녀가 서있다. 옷깃과 땋아내린 머리가 바람을 맞아 흩날린다. 정령일까?)



??? "아아. 내 이름은 아스카, 꽃의 정령 아스카. 이곳의 들꽃들을 보살피고 있지. 너는 어떤 꽃을 찾아 이곳에 왔지?"


(상황을 설명했다)


아스카 "타천사를... 찾고 있다고? 아아, 란코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아까 지나가는 걸 보긴 했지만... 란코의 행방을 누군지도 모르는 자에게 알려줄 수는 없어. 어쨌든 그 아이는 쫓기는 몸이니까. 네가 란코를 쫓는 신의 끄나풀이 아니라고 증명할 수 있나?"


(란코가 남기고 간 스케치북을 보여주었다.)



아스카 "이건... 란코의 그리모어...? 어떻게 이걸... 그렇다면 네가, 란코가 말했던 「눈」을 가진 자... 「구원자」라고?"


(명함을 내밀었다)


아스카 "신의 적대자, 「우상」Idol 을 만드는 자..."


아스카 "그래. 너라면, 란코를 그 「저주의 순환」에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아스카 "좋아. 란코는 저쪽으로 갔어. 그리고..."



(아이템 「정령의 꽃잎」을 얻었다!)


아스카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이 꽃잎에 대고 내 이름을 부르도록 해. 나는 들꽃이 있는 곳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란코를 구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돕겠어."


아스카 "꽃의 정기가 너희를 지켜주기를."


(란코의 행방을 알았다!)


To be continued... (뻥)

데레스테 커뮤 22화 「Out of the Page」

2016. 2. 27. 13:43 | Posted by YS하늘나래

Out of the Page


하천 둔치


후미카 『...저... 사기사와 후미카입니다.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아카네 『후미카 쨩! 안녕하세요! 힘내서 체력을 기르도록 하죠! 지옥의 특훈, 이름하여 아카네의 특훈에 어서 오세요!』

후미카 『아... 네.』

아카네 『기운이 없어요-! 우선 인사부터, 안녕하세요-!』

후미카 『...안녕하세요.』

아카네 『배에 힘 주고~ 안녕하세요-!』

후미카 『아, 안녕하세요...』

아카네 『응! 열심히 하셨네요. 그럼, 석양을 향해 대쉬에요!!』

후미카 『...에... 갑자기, 인가요. 오늘의 특훈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 건가요? 그리고 지금은 한낮이에요.』

아카네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고! 신경 쓰지 말고! 일찍이 최강의 스타는 말했습니다! 생각하지 말고, 느끼라고!』

후미카 『...과연. 반지성주의(反知性主意) 같은 건가요.』

* 반지성주의(反知性主意) : 지성, 지식인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불신. 주로 교육, 철학, 문학, 예술, 과학 등이 쓸데없고 경멸스럽다는 조롱의 형태로 나타남.

아카네 『글쎄... 반지... 잘 모르겠네요!』

후미카 『...?』

아카네 『...?』

아카네 『우선, 달리죠~! 자, 갑니다~!』


후미카 『...하아, 하아. 이, 이제... 못 달리겠는데요, 아카네 씨...?』

아카네 『응! 열심히 하셨네요! 확실히 후미카 쨩은 체력이 없지만, 트레이닝은 매일 매일 쌓아가는 거예요!』

아카네 『매일 목표를 의식해 조금씩 나아가는 게 중요한 거에요!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다, 였던가? 그런 거에요!』

후미카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가요. 비유하자면 고서를 읽을 때와 같은... 작은 전진이라도, 괜찮은 거로군요.』

아카네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겁니다!』

후미카 『아, 네... 하지만 전 이제, 서있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카네 『그럼, 휴식 할까요! 전력으로 쉬어주세요! 자, 스트레칭이에요!!』


휴게소


미나미 『후미카 씨, 수고했어. 아카네 쨩의 특훈, 힘들었던 것 같네.』

후미카 『...미나미 씨,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정도로 가혹한 레슨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미나미 『오늘은 트레이닝이랑 레슨 다 끝난 거야?』

후미카 『...그렇네요. 라이브까지의 체력 훈련은 계획적으로 하라고 프로듀서 씨가 그러셨어요.』

아리스 『그럼...』

미나미 『다 같이 카페라도 갈래?』

후미카 『...권유, 감사합니다. 두 분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모쪼록...』


카페


후미카 『...카페 같은 곳은 그다지 이용하지 않으니까, 여러분을 따르기로 할게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씀도 있으니까요.』

미나미 『후미카 씨, 진정이 안 돼? 회사 안 카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후미카 『...아니요, 괜찮아요. 저는 어디에 가도 진정이 안 되는 인간인걸요. 사람의 눈을 피하며 살아온, 책벌레니까요.』

미나미 『그래? 평소에 대학에서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아리스 『궁금해요. ...아, 물론 장래의 진학에 참고하기 위해서에요.』

후미카 『...어떻게...라고 말씀하셔도... 강의를 듣고,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시시한 일상이에요.』

미나미 『뭐, 그렇겠지. 그, 과외나 동아리는? 아르바이트...는, 이제 아이돌이니까 그만뒀으려나?』

아리스 『학생의 본분은 학업이에요. 들떠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학비와 인생을 낭비하는 거예요.』

아리스 『그 점에서, 후미카 씨는 다르니까요!』

후미카 『...일반적으로는, 아이돌인 시점에서 충분히 들떠있다고 평가받는 것 같은데요.』

아리스 『에, 엣... 그런가요.』

미나미 『그러니까말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지. 그럼 후미카 씨, 고민 같은 거 있어?』

후미카 『고민...인가요?』

후미카 『…. ……. ……….』

아리스 『없으신가요?』

후미카 『...지식은 있어도, 경험한 적은 없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고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후미카 『...지도를 본 적은 있어도, 걸어본 적 없는 곳에선 길을 잃게 되는 법이겠죠. 막연하고 평범한 고민이에요.』

아리스 『길을 알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요? 요즘은 GPS로 위치정보를 알 수 있는 시대에요. 타블렛 단말로 맵을 열면 돼요. 간단해요.』

미나미 『이건 비유...예를 든 거야, 아리스 쨩. 정말로 길을 잃었다는 게 아니야.』

아리스 『그런가요? 으응... 잘 모르겠어요.』

미나미 『후훗. 후미카 씨, 좀 더 다양한 일을 해보는 건 어때? 예를 들면... 스포츠를 해본다든지.』

후미카 『...스포츠, 인가요. 부끄러운 일이지만, 운동신경이라는 게 절망적인 수준이라서요, 저는. 댄스 레슨으로 아시다시피.』

아리스 『요리는 어떠신가요? 해보면 즐거워요.』

후미카 『...요리, 인가요. 먹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요. 맛의 차이는 알지만, 어떤 걸 먹어도 똑같이 행복하게 느끼니까요.』

아리스 『딸기 파르페, 맛있어요.』

후미카 『...그건, 다행이네요. 아리스 쨩이 기뻐보여서, 저도 기뻐요.』

아리스 『헤헤헤...』

미나미 『후훗. 그럼, 패션(fashion)에 흥미를 가져본다든지 하는 건, 어때?』

후미카 『...그것도, 흥미가, 그다지. 유행의 흐름을 쫓는 건, 필시 서투를 거라고 생각해요.』

아리스 『후미카 씨도 미나미 씨도, 스타일이 좋으니까 어울리는 옷이 많을 것 같아요.』

후미카 『아리스 쨩도, 크면...』

아리스 『벼, 별로 전... 상관없지만요...』

후미카 『그런, 가요?』

아리스 『하지만... 저는, 나중에 두 분 같이 지적인 미인이 되고 싶어요. 이름 같은 걸로 귀여운 취급을 받지 않는, 자립한 어른 여성이 되고 싶어요.』

후미카 『...지적인가요, 제가?』

미나미 『그런 것 같네. 후훗.』

후미카 『...아리스 쨩, 시간이라는 건 똑같이 흘러가는 거에요. 제가 12살 때 하지 못했던 경험을, 당신은 하고 있어요. 게다가, 전 동경까지 하고 있어요.』

아리스 『에...?』

후미카 『순수한, 꾸밈없는 말로 생각한 것을 말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에요. 그 순수함은, 그늘에서 책을 읽을 뿐인 저는 갖출 수 없었으니까요.』

아리스 『그런...가요? 그러려나...』

미나미 『그럼, 벌써 늦은 시간이 됐네. 아리스 쨩도, 슬슬 돌아가야겠지?』

아리스 『어, 어린애 취급 하지 않으셔도... 통금 가은 거, 부모님도 신경 쓰지 않으시고요. 딱히...』

후미카 『...또 이야기 하죠. 역까지 배웅해드릴 테니.』

아리스 『네...』


후미카 『...왠지, 두렵기도 해요. 제가, 얼마나 굳어진 가치관으로 사물을 보고 있는 건지.』

미나미 『그렇네. 아리스 쨩처럼 순수하게 살고 싶지?』


수 분 후


카나데 『어라? 후미카랑 미나미잖아. 수고했어. 무슨 일 있어? 이런 곳에서 이야기 하고 있고.』

후미카 『...카나데 씨. 수고 많으셨어요. 아리스 쨩을 역까지 배웅해주고 오는 길이었어요.』

카나데 『그래? 과연. 두 사람이 데이트라도 하고 있는 건가 생각했어.』

미나미 『데, 데이트라니!』

후미카 『...미지의 영역, 이네요.』

카나데 『후훗. 재미있는 반응이네. 아이돌 동료끼리 사이좋게 지내도, 아무도 뭐라 그렇지 않잖아? 파트너라면 더욱 그렇지만... 후훗, 미안. 농담이 지나쳤어.』

후미카 『...카나데 씨는, 제 상상이 미치지 못하는 정도의 말을 던지시네요. 어째서, 그렇게 지유롭게 살 수 있는 건가요?』

카나데 『자유? 후훗.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 일까나?』

카나데 『“삶은 짧으니, 사랑하라 소녀여”. 하지만, 아이돌이 사랑할 수 없다면? “삶은 짧으니, 즐겨라 아이돌”, 이라는 느낌? 』

후미카 『...즐긴다, 인가요,』

미나미 『그렇네... 어디 놀러 갈래? 카나데 씨라면 좋은 곳을 알 것 같고. 평소에 하지 않는 걸 해서, 견식을 넓혀보자♪』

카나데 『이래봬도 고등학생인데... 그렇게 이상한 곳은 안 데려가.』

후미카 『...부탁드립니다.』


오락실


후미카 『...이런 곳에, 발을 들여 본 적은 없었어요. 비유하자면 마굴, 혹은 미답의 땅.』

카나데 『첫 경험, 이네♪』

미나미 『후미카 씨, 어느 거 해볼래?』

카나데 『레이싱 게임, 리듬 게임, 인형 뽑기, 태고 치는 것도 있어♪』

후미카 『...어느 쪽이라도, 절 시험하기 위해 놓여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후미카 『...갑자기 전부 해보는 건,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팔이 안 올라가요.』

카나데 『아하하, 너무 달렸나? 즐거웠어?』

후미카 『...놀이라는 것은, 예로부터 어떤 학습 공정을 본뜬 행동이라고 해요. 캐치볼은 투석을 통한 사냥을 본뜬 것인 것처럼요.』

카나데 『뭐어, 일리있는 말이지만... 그래서, 수 시간 동안 오락실에서 후미카는 뭘 배웠을까?』

후미카 『...게임의 사회적 의의와, 자본주의를.』

미나미 『인형 뽑기, 꽤 열심히 했는데 못 뽑았지...』

카나데 『그건 또... 고상하네.』


라이브 당일


아카네 『후미카 씨!! 오늘의 라이브 스테이지, 전력으로 불태우죠! 응원할게요!』

아리스 『후미카 씨. 오늘은 침착하게, 긴장되더라도 냉정하게 대처해주세요. 응원할 테니까요.』

후미카 『...저, 감사합니다. 모두 귀중한 의견이니, 참고로 하겠습니다.』

미나미 『후훗. 마음 단단히 먹고, 자연스럽게 가자.』

카나데 『할 일을 할 뿐이야. 분명.』

후미카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라이브 : Bright Blue)


라이브 후


미나미 『수고했어. 후미카 씨, 멋진 스테이지였어!』

후미카 『수고하셨습니다. 칭찬을 받아서, 기뻐요.』

카나데 『꽤 좋은 표정을 하고 있던데, 무슨 생각을 하면서 노래한 거야?』

후미카 『무대에 올려주신 수많은 스태프, 프로듀서 씨, 그리고, 버팀목이 되어준 여러분. 또... 푸르른, 하늘을.』


(여기서 후미카는 青~푸를 청~을 쓰는 青い가 아닌 碧~푸를 벽~을 쓰는 碧い를 씁니다. 일반적으로 쓰는 青い, 아이올라이트 블루의 蒼い, Bright Blue의 碧い 모두 발음은 ‘あおい(아오이)’로 똑같습니다. 일본쪽 분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碧い’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이라고 하는 걸로 미루어, 후미카가 책벌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어감을 달리 하기 위해 ‘푸르른’으로 번역했습니다.)


후미카 『특훈을 끝내고... 초원에 누워 스트레칭을 했었어요. 그 때 봤던, 빠질 것 같은 푸르른 하늘...』



후미카 『공연장에서 빛나던 사인 라이트의 색은, 그 때 봤던 하늘의 색이었어요. 빛나는 푸른 색, Bright Blue.』

후미카 『...그런 걸 생각하면서, 노래했어요.』

미나미 『응, 아름다운 경치였네. 그 마음, 팬들에게도 전해졌을 거야.』

아리스 『...저기, 오래 기다리셨죠? 프로듀서 씨가 차를 준비하셨대요. 아카네 씨는 이미 가셨어요.』

미나미 『그럼, 돌아갈까? 자.』

아리스 『...그런데, 요전에 여러분께서 같이 어딘가에 가셨다고 들었는데요.』

카나데 『아아, 오락실?』

후미카 『...그렇습니다. 이야기가 흐르다 보니, 그렇게...』

아리스 『그런가요. 저는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 괜찮지만요.』

카나데 『다음 번 휴가를 맞추면 되잖아.』

후미카 『...네. 그 때까지의 대신이라고 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거, 받아주세요. 딸기 무늬 스트랩이에요.』

아리스 『이건...? 저한테 주시는 거에요?』

미나미 『어, 인형 뽑기에서 보고 도전했다가 못 뽑았던 그거지?』

후미카 『...그, 이야기 하려면 길어집니다만, 그...』

카나데 『다 같이 갔던 날에는 뽑지 못했지만, 그 뒤에 뽑을 때까지 매일 만났었어. 손에 넣을 때까지 몇 번이나 플레이 했는지. 완고하더라고, 의외로.』

아리스 『그런... 괜찮아요?』

후미카 『...네. 손에 넣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었으니까요. 손에 넣은 물건은, 기뻐해줄 사람의 손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카나데 『인형 뽑기에 이번 달 책값이 사라진 거지.』

미나미 『그만큼이나?! 그거 꽤 엄청난 액수 아니야?』

후미카 『...괜찮습니다. “책과의 만남은 인생을 바꾼다”, 라는 명언이 있어요.』

후미카 『제게 있어서는, 프로듀서 씨나 팬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과의 만남이, 인생을 바꿔주는 것이니까... 소중히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후미카 『그래서, 여러분 중에서, 이게 가장 어울리는 건 아리스 쨩이니까... 받아주세요.』

아리스 『네!』

미나미 『후후. 자, 그럼 이제 갈까? 프로듀서 씨도 아카네 쨩도 기다릴 테고!』

카나데 『후미카, 아카네한테도 제대로 사례해. 카레를 쏘는 정도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후미카 『카레, 인가요...? 저, 카레집에 가본 적이 없어서...』

아리스․미나미․카나데 『에엣?!』


==========


후미아리는 정의입니다.


오늘의 명언


『학생의 본분은 학업이에요. 들떠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학비와 인생을 낭비하는 거예요.』

-타치바나 아리스(12세, 아이돌)


대학 기숙사


란코(20) 『그럼, 갔다 올게!』

코우메(19) 『란코, 어디 가?』

란코 『응? 오늘 작가님이랑 미팅 잡혀서 나갔다 온다고 했잖아. 모처럼 시작한 일이니까 기뻐해달라고 그랬는데...』

코우메 『미, 미안... 깜빡 잊어버렸어.』

란코 『정말... 노래 가사는 어떻게 외웠던 거야?』

코우메 『「신성한 눈」의 힘으로?』

란코 『!!! 그, 그, 그 시편에 자아낸 것은 과거의 모습, 아니 이게 아니라, 그런 건 졸업했다고 말했잖아! 몇 년째 놀리는 거야, 대체!』

코우메 『프로듀서한테 받은 구마모토 사투리 사전 1권... 여기 있는데...』

란코 『꺄악! 그건 버리라니까! 안 보여, 안 들려! 안 보여, 안 들려! 다녀올게!』

코우메 『자, 약속의 땅으로! (일이다, 일~)』

란코 『안 들려! (다다다다)』



346 프로덕션 신관 회의실


란코 『여기도 오랜만이네... 데뷔했던 때부터는... 벌써 6년이나 됐나...』

카에데(31) 『어머? 란코 양 아니니?』

란코 『아, 카에데 씨!』

카에데 『그래, 분명... 성가신 섬광이네, 였던가? 후훗.』

란코 『성가신 태야...ㅇ...이 아니라... 그런 거 졸업했어요, 이제.』

카에데 『그래? 아쉬워라. 어쩐지 옷도 수수한 옥수수색이더라니.』

란코 『그러니까 그건 잊어주세요. 이제는 아이돌도 아니고...』

카에데 『그래도 재밌었는데... 그런데, 그러면 무슨 일로 온 거니?』

란코 『그림 때문에...』

카에데 『그림...? 회사 출판업 계열사가 사업을 확장한다더니, 그러면 이번에 새로 뽑았다는 삽화가가... 란코 양?』

란코 『헤헤...』

카에데 『축하해. 오늘 일 끝나면 시간 있니?』

란코 『시간은 있는데요...』

카에데 『그러면 오늘 밤엔 축하주라도 사야겠는걸.』

란코 『으윽...』

카에데 『란코 양도 어른이니까, 술 정도는 마실 수 있지?』

란코 『그, 그야 그렇지만...』

란코 『(세기말 가희...!)』

카에데 『그럼 모처럼이니까, 오늘은 카에데 특.제. 신데렐라 칵테일로 대접해줘야겠네?』

란코 『히익...!』

카에데 『...라는 건 농~담! 안심해. 작은 잔에 자근자근 마실 테니까.』

란코 『휴우...』

(덜컥)

후미카(25) 『실례합니... 아, 두 분이서 얘기하시는 데 방해했나요?』

카에데 『어머, 후미카 양! 괜찮아요, 막 나가려던 참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렇다는 건...』

후미카 『네. 이번 책의 편집자를 맡게 된 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란코 『아, 후미카 씨! 잘 부탁드릴게요!』

카에데 『돌고돌아 한 돌솥밥이네. 후훗.』

후미카 『네, 미시로 부사장님이 뜻한 바가 있으신지, 아이돌 출신들로 한 팀을 꾸리셔서...』

카에데 『아이돌 출신으로 한 팀이라면 나머지 한 명은... 작가... 작가... 아하.』

후미카 『카에데 씨도 책에 관심이 있으시면 같이 일해보시는 건 어떤가요? 자신 있으신 분야가 있으면 한 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만.』

카에데 『뭐라도 괜찮은가요?』

란코 『(왠지 불안한 기분이...)』

후미카 『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신다고 하니까요.』

카에데 『온천 기행 같은 것도 되나요?』

후미카 『네.』

카에데 『술집 탐방도?』

후미카 『그럼요.』

카에데 『유머집도?』

란코 『그건 제가 반대할 거예요.(단호)』

카에데 『슬퍼라... 그럼 난 먼저 가볼게요.』

후미카 『네. 안녕히...』

카에데 『그럼 란코 양?』

란코 『네?』

카에데 『야.미.노.마. (수고해~)』

란코 『꺄아아아악!



란코 『정말, 카에데 씨도...』

후미카 『한결같으셔서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나저나, 슬슬 작가님이 오실 때가...』

란코 『후미카 씨는 작가님이 누군지 아는 건가요?』

후미카 『네. 란코 씨와도 친하신 분이랍니다.』

란코 『에? 친한 사람 중에 작가는 없... 아, 있다. 한 명.』

후미카 『오신 모양이네요.』

(덜컥)

후미카 『소개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번 프로젝트의 작가님이시랍니다.』

란코 『역시...!』

아스카(20) 『오, 후미카와 란코였나.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다니, 회자정리가 세상의 이치이니 거자필반 또한 다르지 않다는 건가. 이래야 부사장의 취미에 어울릴 마음이 들지.』

란코 『(듣는 내가 부끄러워...!)』

후미카 『어라...? 두 분께는 팀원이 누구인지 연락이 가지 않았었나요?』

란코 『네. 방금 처음 알았어요.』

아스카 『왜 나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얘기는 들었지만, 함께 할 동료에 대한 얘기는 없었어. 하지만 이렇게 너희들의 얼굴을 보니 그 뜻을 알 것 같아. 이런 구성이라면, 거대한 힘의 압력으로부터는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겠어.』

란코 『(부들부들)』

아스카 『음? 왜 그러지, 란코? 아직 진짜 추위와는 마주하기도 전인데, 벌써 추위라도 타는 거야?』

란코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후미카 『추우시다면 이불이라도 가져오는 게... 분명 휴게실에 이불이 있었죠?』

란코 『아뇨, 괜찮아요. 아니, 이불... 필요하긴 한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걷어찰 이불이 필요해요 후미카 씨!!!)』

아스카 『몸이 좋지 않다면 미리 말해주는 게 좋아. 책을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작업. 유일신도 6일 만에 세상을 창조하고 하루는 쉬었는데, 그보다 하찮은 존재인 우리가 쉬지 않고 창세를 할 수는 없지. 창조주가 최선의 상황에서 그 힘을 다할 때 비로소 다른 이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법이야. 무리해서 초대의 창조주를 따라하려 할 필요는 없어.』

란코 『(이걸 이해하는 내가 미워!)』

후미카 『네. 아스카 씨 말씀대로 몸이 안 좋을 땐 쉬어주는 게 좋아요. 저희는 일정이 급한 것도 아니니까, 부담 갖지 않고 말씀해주세요.』

란코 『(...후미카 씨도 이해했어?!)』

란코 『저어... 아스카 씨?』

아스카 『왜 그러지?』

란코 『그... 분명, 그런 말투는 그만 두시기로... 지난번에 작가가 되기로 했을 때... 그만 두신다고...』

아스카 『아, 그래. 란코 너는 세상의 요구에 순응하기로 했었지. 나로서는 유감이지만, 그것 또한 너의 선택이라면 존중하겠어.』

란코 『그게 아니라, 분명 그 때 저랑 같이 그만 둔다고 하셨던 걸로...』

아스카 『그래. 잠깐 그렇게 결심했던 때가 있었지. 나의 본심을 숨기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로 말이야. 하지만 그 길은 틀렸었어. 그 길은 나에겐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던 거야.』

란코 『잠깐.』

아스카 『세상이 원하는 대로 따른 나에게 돌아온 건 과거보다 더한 간섭과 압력 뿐이었지. 물론 반역할 생각 따위 없는 하찮은 나였지만, 그냥 따라줄 수 있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어. 이대로는 원래의 나 자신을 잃고 만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가혹한 탄압이었지.』

란코 『어이.』

아스카 『이대로는 니노미야 아스카라는 이름마저 잊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러서야 나는 깨달았던 거야. 이름을 잊기 전에 내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야한다고.』

란코 『센카와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잖아, 그거.』

아스카 『하지만 그것도 틀린 생각이었어. 돌아오고 나서보니, 세상이 나에게 원한 건 거기에 순응하는 게 아니었던 거지. 내가 느끼는 그대로의 목소리를 내는 나, 그런 나를 세상은 기다리고 있었어. 내가 지내던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말이야.』

후미카 『맞아요. 출판사를 찾지 못해 헤매던 아스카 씨를 찾아가 도와주신 것이 부사장님이라고 했었죠.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그 안목에는 저도 감탄했어요.』

란코 『후미카 씨도 아스카 씨 말을 이해해요?』

후미카 『네. 시적인 표현을 많이 쓰셔서, 굉장히 좋아해요.』

란코 『(편집자도 글렀어!)』

아스카 『결국 하찮은 존재의 작은 목소리에, 세상을 울리는 힘이 있었단 이야기일 뿐이야. 아무래도 지금의 세상은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고. 이래봬도 등단 작가야. 나의 목소리로 이 세상과, 그 속의 존재들이 꿈꾸는 환상을 노래한다. 나에게 이만큼 맞는 일도 없지.』

란코 『(휘청)』

아스카 『그러니 함께 잘 해보자고. 열네살 때부터 어른이 되기를 추구했던, 로스트 칠드런끼리 말이야.』

란코 『(털썩)』

후미카 『란코 씨? 란코 씨? 정신 차리세요! 란코 씨!』



그날 저녁, 346 프로덕션 근처 술집


란코 『여기 한 잔 더 주세요!』

카에데 『란코 양, 주량이 많이 늘었네. 신데렐라 칵테일에 취하던 귀여운 때도 있었는데.』

란코 『저, 도저히 맨정신엔 얘기 못할 것 같아요!』

아스카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는 것만큼 스스로를 시험하는 일도 없지.』

란코 『전 아스카 씨랑 마주하는 게 힘들어서 그러는 건데요!』

아스카 『너와 같은 로스트 칠드런이었던 내 모습에는 네 과거의 편린도 숨어있어. 그런 의미에서는 나와 마주한다는 건 과거의 너와 마주하는 것과도 같지. 그렇지 않아?』

란코 『아아, 진짜! 이불! 이불도 하나 갖다 주세요!』

카에데 『이 두 사람이라면 정말 시적인 서적이 나올 것 같아.』

후미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란코 씨라면 분명, 아스카 씨가 생각한 세상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을 거에요.』

카에데 『그리고 그걸 내가 노래하면 되는 거려나?』

후미카 『세기말 가희와의 콜라보레이션인가요? 그건... 먹힐 것 같네요. 한번 말씀 드려봐야겠어요.』

카에데 『부탁할게요. 세기말 가희의 이름을 걸고 말하는데, 분명히...』

란코 『그-러-니-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새로워질 때 그것을 받아들여야 우리도 전진할 수 있는 것! 왜 빛의 세계로 나오질 못하고 계속 어둠 속을 헤매이는가!(나이를 먹었으면 중2병 털어낼 때도 됐잖아요!)』

아스카 『그걸 빛이라고 정의한 것도 그쪽 세상이지. 그리고 설령 그 세계가 정말 빛의 세계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빛 아래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어. 빛과 희망 속에서 살던 사람이 어둠과 절망으로 떨어질 때도 있는 법이지. 네가 말한 대로 그 세상이 빛이고 내가 있는 세상이 어둠이라면, 나는 어둠 속에 살면서, 빛의 세계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그들의 세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다독여주는 역할을 감내하겠어.』

란코 『아아 정말!!! 여기, 악마의 꿀을 계속 대령하라!』

카에데 『사장님, 아까 마시던 칵테일 하나 더 달래요.』

란코 『동포여! 그대는 왜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가!』

아스카 『시대가 흐르더라도, 빛의 뒤에 어둠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네가 그렇게 말하더라도, 빛의 저 너머로 나아갈 용기가 없는 겁쟁이인 나는, 여기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

란코 『끄으으... (털썩)』

카에데 『분명히 엄청 재미있는 책이 나을 것 같으니까. 후훗.』


끝.

또 다시, 소년은 6살 때의 꿈을 꾼다.


길 건너에 누나의 모습이 보인다. 자신과 같은 푸른빛이 도는 흑발이 아름답게 빛나는 누나. 항상 자신을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누나.


누나를 발견한 소년은 반갑게 인사하며, 빨간 신호등을 채 보지 못하고 누나를 부르면서 횡단보도를 달려간다.


이내 소년을 보는 누나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든다. 옆에서 들린 시끄러운 경적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소년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다가오는 두 개의 전조등이 보인다.


‘번쩍’하는 빛과 함께, 소년은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곧 거칠게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소년의 몸은 소년의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동안 하늘에 머무른다.


―따각.


청아한 신발굽 소리가 소년의 귀에 울린다. 부드럽게 땅 위에 내려진 소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찬란한 후광을 두르고 하얀 날개를 단 회색 머리 여인의 모습이다.


“횡단보도는 조심해서 건너야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소년을 향해 여인은 활짝 웃어보이고, 다시 번쩍 하는 빛과 함께 사라진다.


“유우!!”


그리고 소년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는 누나의 모습을 끝으로, 꿈은 끝난다.



한편, 신의 명령에 따라 인간계를 관리하는 천사들이 모인 천계에서는 대천사의 고함이 울려퍼졌다.


“천사 세라피아스! 분명 인간의 수명에 간섭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말했을 텐데!”


여기에 지지 않고 천사 세라피아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대천사시여, 개화하지도 못하고 지게 된 꽃을 피우는 것도 정원사된 자의 사명입니다!(그러면 꽃피지도 못하고 죽게 생긴 어린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란 말씀이세요?)”


“인간의 삶은 그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그 수명은 천계의 법도에 따라 정해진 것! 이것을 어기는 것은 곧 신의 뜻을 어기는 것임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제가 기르는 꽃이고, 제가 기르는 양입니다! 저에게 꽃과 양을 맡긴 이상, 그 주인이라고 해도 무의미하게 생명을 해치게 둘 수는 없습니다.(제가 맡은 인간이에요. 설령 천계의 법이라고 해도, 이렇게 죽는 건 인정할 수 없어요.)”


세라피아스의 반발에 대천사가 성난 목소리로 다그쳤다.


“또 그 소리! 너는 진실로 반성이라는 걸 모르는구나! 지난 한 번을 눈감아주었다고 이제는 끝 간 데를 모르고 기어오르는 게냐? 인간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만이 그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삶이 고통이 될 수도 있음을 어찌 모르느냐!”


“네, 기껏 피어난 꽃이 꺾이고 밟힐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직 피지 않은 꽃이 꺾이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그 뿌리를 잘라버리는 것이 과연 옳습니까?(아직 세상에 나가지도 못한 아이의 생명을 세상에서 고통을 겪을까봐 거둔다고요? 말도 안 돼요.)”


“말은 잘 하는구나. 지난번 키쿠치 신이치는 그 피지 않은 꽃이라서 수명을 늘려주었느냐?”


“그야 다른 꽃을 피우는 사명을 위해서는 그가 필요하니까요!(어린 애 아버지잖아요!)”


대천사가 다시 소리를 지르려다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세라피아스. 네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인간계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들의 생명을 거둬야 할 때가 온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겠지. 너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수명에 관여한 죄로 나에게 혼나는 천사는 한둘이 아니지. 부끄럽게도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고 말이다. 하지만 넌 벌써 세 번째다. 지난번까지는 내 재량으로 손을 써줄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네가 뉘우치지 않는다면 나로서도 천계의 법에 따라 널 벌할 수밖에 없다. 아직 늦지 않았다. 잘못을 인정하고 신 앞에 용서를 빌거라. 내 딸처럼 아끼는 너이니, 이번까지는 내가 어떻게든 무마해보마.”


“대천사이시여, 저는 천사로서 제게 주어진 사명을 제 방식대로 다했을 뿐입니다. 제가 잘못을 빌 이유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하지만 아무래도 세라피아스는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대천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썩 내키지는 않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세라피아스가 자꾸 이렇게 나오니 대천사로서도 도리가 없었다.


“천사 세라피아스, 너는 세 번에나 걸쳐 무단으로 인간의 수명에 손을 써 천계의 법을 범하였음에도, 교만하여 그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신의 명령으로 너희가 인간계를 잘 보살필 수 있도록 감독하라는 명을 받은 몸으로서, 나 대천사 플루비아는 너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 이에, 신의 이름으로 너에게 다음과 같은 벌을 내린다.”


세라피아스는 고개를 숙인 채 대천사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어떤 벌을 받을지 대충 감이 잡히는 것 같았다.


“천사 세라피아스는 이제부터 죄인, 타천사임을 선언한다. 세라피아스의 인간계 관리직을 무기한 정지하고 인간계로 추방한다! 네가 그렇게 네가 맡은 인간들을 꽃이니 양이니 하면서 아끼니, 직접 그 인간들의 삶이 어떤지 겪으며 잘못과 교만을 뉘우치거라!”


플루비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라피아스의 몸에서 후광이 사라지고, 방금 전까지 플루비아의 앞에 서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세라피아스는 천계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떨어지면서 날개의 깃털도 하나 하나 뽑혀 나가, 세라피아스의 모습이 인간과 똑같이 변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분명히 벌을 받아 인간계로 떨어지는 것임에도, 세라피아스의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절망이나 원망 같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벌을 내린 플루비아가 고맙기까지 했다. 천사로서 바라보기만 하던 인간계, 그 모습을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 인간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천사의 자리에서 보면 못 볼 꼴도 많이 보였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모습도 많이 보였다. 그것을 인간의 입장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제 인간이 된 세라피아스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자신이 맡은 인간들의 앞날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플루비아가 인간들을 아무렇게나 방치할 대천사도 아니기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구해와서 수명을 길게 늘려놓은 아이를 빼면 다들 수명이 짧지 않게 남아있기도 했고.


‘천계의 법을 범하는 것을 그렇게 싫어하는 플루비아 대천사님이니, 이미 다시 쓰여진 수명에 다시 손을 대지는 않겠지.’


다만 문제는 인간계에서 자신의 신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였다. 당장 인간에게 ‘당신은 누구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곧장 할 수 있는 대답이 세라피아스에게는 없었다.


‘네 신분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거라. 내게 대천사로서 허용된 만큼은 손을 써 둘 것이니. 네가 맡은 인간들이 있는 땅에서 쓸 이름도 정해 놓았다.’


꼭 세라피아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플루비아가 세라피아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보냈다.


‘벌을 받아 인간계에 떨어졌다고는 하나, 너는 신의 세계에서 온 자요, 천계에서 쓰던 이름 세라피아스(serápĭas)는 난초를 뜻하니...’


인간계에 다다르기 직전, 앞으로 인간으로서의 세라피아스를 뜻할 그 말, 플루비아가 말해준 이름은 세라피아스의 머리에 똑똑히 남았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칸자키 란코(神崎蘭子)가 되리라.”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세라피아스의 몸이 울창한 녹나무 위로 내던져졌다. 나무에 앉아있던 종달새들이 놀라서 짹짹거리며 날아올랐다. 인간이라면 애저녁에 죽었을 정도의 높이에서 내던져지긴 했지만, 그래도 천사였던 몸이라고 상처가 나진 않은 것 같았다.


“읏차.”


몸을 추스르고 땅에 발을 디딘 세라피아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쪽 하늘에서 내리쬔 햇빛이 녹나무의 그늘을 뚫고 세라피아스의 눈을 때렸다.


“성가신 태양이네.”


천사 세라피아스가 타천사 칸자키 란코가 되어 일본 구마모토 현에 내려온 날이었다.

설문 결과와 러브 라이카

2015. 11. 9. 01:29 | Posted by YS하늘나래

"설문 결과와 러브 라이카"

by ぼこち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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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원문은 受 였는데, '수'라고 써놓으니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서 단어 선택을 바꿨습니다.

그 와중에 이해 못하는 순진한 란코는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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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안나가 싸운 만화 (크리스토프와 안나 편③) 끝!"

by りべ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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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런 훈훈한 결말이 좋네요. 그러니까 저도 질투의 마음을 한껏 담아서 크리스토프 사형.




"크리안나가 싸운 만화 (한스와 안나 편②) 또 계속~"

by りべ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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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했던 데레마스 번역을 하려다가 "그거 이미 다른 분이 번역 하셨던데요"라는 얘기에 급격하게 의욕을 상실하고 다시 프로즌 번역을 손에 잡았습니다. 역시 본진이 마음 편한 법이죠.

속·할로윈과 러브 라이카

2015. 10. 30. 19:53 | Posted by YS하늘나래

"속·할로윈과 러브 라이카. 그리고 새로운 자객."

by ぼこち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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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역자를 고통받게 하는 여신 카에데님이십니다. 가차없죠.

그리고 부루퉁한 아냐는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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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과 러브 라이카와 란코

2015. 10. 30. 19:50 | Posted by YS하늘나래


"할로윈과 러브 라이카와 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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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이... 비너스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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